트럼프 “부자 한국, 왜 미국이 지키나”… 주한미군 철수 시사


큰사진보기 ▲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4월 30일 미국 뉴욕의 뉴욕주 대법원에 출두하고 있다. ⓒ 로이터=연합뉴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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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출마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다시 ‘주한미군 철수’를 시사했다.

한미 양국 정부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부담할 금액을 정하기 위한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(SMA) 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는다면 한국의 분담금 증액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.

트럼프 전 대통령은 4월 30일(현지시각) 공개된 미국 시사주간지 <타임>와의 인터뷰에서 ‘한국에서 군대를 철수할 것이냐’는 질문에 “나는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길 바란다”라며 “한국은 우리가 보낸 4만 명의 병력에 대해 거의 한 푼도 내지 않았다”라고 주장했다.

그는 “다소 위험한(somewhat precarious) 위치에 우리의 군인 4만 명이 있다”라며 “나는 첫 임기 때 한국이 돈을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”라고 밝혔다. 이어 “그들은 매우 부자 나라가 됐는데도 우리는 본질적으로 주한미군 대부분을 무상으로 지원했다”라고 덧붙였다.

“한국, 수십억 달러 내기로 했는데 바이든이 깎아줘”

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“한국은 수십억 달러를 내기로 동의했지만 내가 이임했기 때문에 그들은 아마 거의 돈을 내지 않고 있을 것”이라며 “그들은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재협상을 통해 분담금을 거의 아무것도 아닌(almost nothing) 수준으로 낮췄다”라고 말했다.

트럼프 전 대통령은 진행자가 다른 화제로 말을 돌리려는 데도 “이것은 말이 안 된다. 우리가 왜 다른 사람을 방어하느냐”라며 “우리는 지금 아주 부유한 나라에 대해 말하고 있다. 그들은 부유한 나라인데 왜 돈을 내고 싶어 하지 않느냐”라고 반문했다.

그러면서 자신의 임기 때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에 대해 “처음에는 쉽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는 그들은 상대하기에 즐거웠다”라고 “한국은 미군이 주둔하는 대가로 수십억 달러를 내기로 했었다”라고 자신의 협상 성과를 강조했다.

<타임>은 주한미군 규모가 실제로는 2만8500명이라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정정하면서 “한국이 북한 방어를 위해 더 많은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”이라고 전했다.

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2019년 11차 SMA 협상 때 당시 한국의 연간 분담금(1조389억 원)의 6배에 가까운 50억 달러(6조9000억 원)로 증액할 것을 요구하며 한국을 강하게 압박한 바 있다.

트럼프 행정부의 무리한 요구로 난항을 겪던 협상은 1년 반 정도 공백이 이어지다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2021년 한국이 1조1833억 원을 부담하기로 합의됐다.

재선에 도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다시 한국의 방위비 분담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면서, 현재 진행 중인 12차 SMA가 타결되더라도 내년에 또다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.

“나토 동맹국들, 돈 내지 않으면 스스로 해결해야”
큰사진보기 ▲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인터뷰한 표지. ⓒ 타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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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<타임>과의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(NATO·나토)에 대해서도 “만약 돈을 내지 않는다면 당신들이 스스로 (안보를) 해결해야 한다”라고 말했다.그는 지난 2월 대선 유세 때 국내총생산(GDP) 2%를 자국 방위비로 부담하기로 한 협약을 이행하지 않는 나토 동맹국들에 “나는 당신들을 보호하지 않을 것”이라며 “그들(러시아)이 내키는 대로 하라고 독려할 것”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.

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도 “유럽이 같은 규모의 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도 하지 않을 것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.

그러면서 “(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) 미국보다 유럽이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”라며 “유럽이 돈을 안 내는데 왜 우리가 내야 하는가. 우리는 유럽과의 사이에 바다가 있다”라고 주장했다.

또한 우크라이나 지원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하는 데 중요하다는 대만 외교부 장관의 최근 발언과 관련해 “공산주의 중국 지도자들은 그런 일이 쉽게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”라고 경고했다.

다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방어에 나설 것인가를 대해서는 “미리 정해진 방침을 말하면 협상에 도움이 안 된다”라며 확답을 거부했다.

트럼프는 미국 내 정치에 대해서는 자신이 또 대권을 잡는다면 경쟁자인 바이든 대통령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을 임명할 가능성을 거론했다.

이어 불법 이민자 단속을 위해 주 방위군을 동원하겠다는 자신의 공약이 민간인에 대한 군사력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위반한다는 지적에 대해 “그들은 민간인이 아니라 이 나라에 불법적으로 거주하는 사람들”이라면서 강경 대응을 거듭 예고했다.

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가 끝나면 정계에서 물러날 것이냐는 질문에 “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아마도 그럴 것”이라며 3선을 금지하는 미국 헌법을 뒤집거나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.